청년기본법 '어떤내용이 담길까'
여야 7개 법안 통합·조정해 합의안 도출
국회, 정부·전문가 의견 반영해 법안 반영
총리실이 컨트롤타워, 중앙과 지자체간 연계도
'청년'은 정치권에서 여전히 이방인이다. 청년을 가리키는 나이조차 국가기관·정당마다 다르고, 청년을 정의하는 기본법조차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청년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은 뿐더러 국가적 차원의 종합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청년미래특별위원회(청년특위)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8차례 전체회의와 2차례 법안검토소위원회, 2차례 공청회를 거쳐 청년정책의 방향성을 논의해 온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청년정책을 지원할 모법으로 기능할 '청년기본법'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고, 그동안 어떻게 논의가 진행돼 왔는지 살펴봤다.
◆총리실이 총괄, 정부·지자체 연계한 합의안 도출 성공
국회 청년특위는 최근 회의에서 특위위원 공동 명의으로 '청년기본법안 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위는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김해영·박주민·강창일·박홍근·이원욱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청년 관련 기본법안을 통합 조정해 합의안을 만들었다.
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무와 청년정책의 수립·조정, 청년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5년마다 청년정책의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며,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시·도지사도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소속 공무원 중에서 '청년정책책임관'을 지정해야 하고, 청년 고용촉진과 일자리의 질 향상, 청년창업 지원, 청년 능력개발 지원, 청년 주거지원, 청년 복지증진, 청년 금융생활지원 등을 하도록 규정했다. 제정안은 청년단체와 청년시설에 대한 조세감면의 근거를 마련하고, 청년발전 유공자에 대한 포상과 청년정책에 대한 국회보고 의무 등도 규정하고 있다.
주요 정책사항을 심의·조정하는 위원회도 설치된다. 중앙에서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시장·도지사 소속으로 별도의 지방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청년 정책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조정토록 했다. 청년정책결정 과정에서는 청년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해야 하며, 각종 위원회 위촉직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을 청년으로 위촉해야 한다. 청년에 대한 기준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의한다. 대통령령으로 '청년의 날'을 지정하며, 청년의 날이 포함된 달은 '청년의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5일 국회 청년미래 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제1차 청년정책 토론회를 진행했다.
제정안은 그동안 특위에서 논의된 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듯 보인다. 특위에서는 그동안 청년정책의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고, 정부도 필요성에 대해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청년특위 회의에서 노형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정책들이 분절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청년정책은 일자리 고용 부문을 제외하고 전체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가 없는 상태"라면서 청년사업의 중복 시행으로 인한 정책 사각지대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청년의 기준선인 나이를 어느 수준으로 할 지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청년의 범위가 부처나 지자체마다 달라 통일성이 없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별 청년에 대한 기준선을 존중하면서 청년일자리 정책 예산을 종합한 자료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청년일자리 정책 예산은 2017년도 2조 6486억원, 2018년도 3조 4278억원으로 나타났다. 노형욱 국무2차장은 "청년의 대상 범위를 몇 살로 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법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며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정안에 따라 청년의 범위를 19세에서 34세로 지정하게 되면, 청년정책의 대상범위나 정부의 예산지출액도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컨트롤 타워 지정 등 전문가 그룹, 특위논의와 다르지 않아
제정안을 만들기 전 특위는 2차례 공청회를 거쳤다. 전문가 의견도 특위 논의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년대표들은 정부정책형성 및 심의과정에서 청년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안혜영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청년정책연구소장은 청년정책이 청년이 아닌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기성세대로 이뤄진 기구를 통해 정책이 만들어지면 정작 청년이 진짜 원하는 것은 놓칠 수 있다"며 "정책을 만들 때부터 청년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청년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정 자유한국당 중앙대학생위원회 위원장도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에 청년위원의 참여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특정세대로만 구성돼 있는 위원회는 세대의 특수성이 담보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맹점을 안고 있다"며 "청년위원들이 직접 위원회 안에서 내어 세대적 가치와 시각이 반영된 다양한 의견이 함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정책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종합적으로 보고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정책이 체계적으로 조직되지 않으면, 정책이 중복된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조직의 창설을 고민할 시점"이라면서 "청년 정책의 중앙 타워를 설립하는데 그치지 않고 청년의 이해를 대변할만한 청년 조직을 활성화해 청년 정책 기획과 실행의 파트너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김가람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은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이들을 대상으로 저리의 대출, 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해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보희 한국청년정책학회 학회장은 청년정책의 문제점으로 정책의 가짓수와 집행 예산에 비해 실효성과 체감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청년정책의 전국적인 지원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앙정부와 국회는 청년정책의 종합 목표와 비전을 수립하고, 지자체는 지역 특성과 삶의 패턴에 맞게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지역별 정책 수립과 실행이 지역불균형의 문제로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에 사는 청년은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되는 청년수당을 고민해볼 수 있고, 전주에 서는 청년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아볼 수 있는 반면, 이런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 지자체도 많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정부의 현실로 인해 중앙정부의 예산 의존을 피할 길이 없어 세부 정책과제가 일자리 정책이 편중되기도 한다"면서 "중앙정부의 청년정책이 일자리 분야를 넘어 보편화되어야 지방정부에서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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