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 '알벤다졸' 기생충예방 효과 없어
14일 이성욱·백양현 동아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올해 대한소화기학회지에 보고한 ‘알벤다졸의 예방적 투약에 의한 약물 유발 간손상 1예’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최근까지 구충제 ‘알벤다졸’을 복용한 뒤 ‘급성 간손상’을 경험해 국내 학계에 보고된 사례가 1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종류의 구충제를 먹고 간손상 사례가 10건 넘게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구충제를 복용했다가 병원을 방문한 20대 여성 1명의 치료사례를 보고했다.
29세 여성인 A씨는 1주일 전부터 구역질, 피로감, 황달(담즙색소가 몸에 과도하게 쌓여 눈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증상) 등의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그는 의료진에게 “다른 약은 복용하지 않았고 기생충 예방을 위해 알벤다졸 400㎎ 1알을 1회 복용했다”고 말했다. 담즙색소(빌리루빈)는 정상인 최대치의 2배, 간수치(혈청 ALT)는 3배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이 경우 사망률이 10%에 이른다고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구충제, 예방효과 없어…잘못된 정보 광고”
의료진은 즉시 수액을 투여하는 치료를 시작했고, 환자는 다행히 9일 만에 건강을 되찾았다. 연구팀은 “약물 복용 사실이 명확했고 치료 뒤 빠르게 회복해 다른 원인을 배제할 수 있었다”며 “이런 특이 약물 간독성은 용량과 관계없이 예측 불가능하며 6개월 이상의 긴 시간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이하게도 이 환자는 8년 전에도 알벤다졸을 복용한 뒤 전신 피로감, 황달로 병원을 찾은 경험이 있었다. 당시에도 다른 약물을 복용한 경험은 없었다. 연구팀은 “한국에서는 더이상 사람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하지 않아 1995년 기생충 양성률이 0.2%까지 낮아졌다”며 “수십마리에 감염되기 전까지는 증상도 거의 없기 때문에 감염이 의심될 때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아 약을 복용하는 것이 낫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비의료인에 의해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지에서 알벤다졸을 연 1회 예방적으로 복용해야 한다고 광고하고 있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적절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알벤다졸 복용으로 인한 급성 간손상 사례는 2008년 대한내과학회지에도 보고됐다. 당시 한림대 의대 연구팀은 25세 남성 B씨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는 병원에 방문하기 20일 전 약국에서 알벤다졸 400㎎ 1알을 구입해 1회 복용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점차 피로가 심해졌고 황달 증상까지 나타나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B씨는 3년 전 알벤다졸을 먹고 급성 간염을 앓은 경험이 있었다. A씨처럼 수액 등으로 치료하자 증상은 사라졌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1114500066&wlog_tag3=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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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의 전문의는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해 셀프임상을 하고 후기를 보고하고 있다”며 “일종의 RWD(리얼월드데이터)나 다름없다. 식약처가 임상이 없다는 이유로 ‘복용금지’란 정답을 내려 전문가 집단 전체가 복용금지란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사가 환자들에게 답을 주려는 것”이라며 “보건당국이 처음부터 구충제의 동물실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전문가집단을 리드했다면 여론의 양상은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보건당국의 태도가 아쉬운 이유”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중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어떤 전문가도 구충제의 부작용이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구충제에 대해 과학적 실험이나 임상을 진행하라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또 다른 위험에 빠뜨리는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출처 : 팜뉴스(http://www.phar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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