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가, 과연 준비가 된 걸까?”
2023년 1월, 나는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선명하다.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과정은 늘 즐거웠다. 그리고 어느덧 2025년 8월,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2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그만큼 서로의 습관과 성격, 생활 방식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는 이제 결혼을 진지하게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조금 달랐다.
여자친구의 바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친구와 결혼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더 오래 만나보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한 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에게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신기하게도 아직 한 번도 크게 싸운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늘 연애라는 것이 결국 상대를 감당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났을 때, 감당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부분이 무엇인지,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나는 상대방의 단점이나 부족한 점을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라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고, 만약 감당할 수 없다면 내가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듯 서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조금 다르다.
그녀는 확실히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건 아니야.”, “그건 맞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명확히 말한다. 때로는 외부 환경이나 타인의 기분에 영향을 받아 화를 내기도 하고, 곧잘 풀리기도 한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곤 한다. 특히 사소한 계기로도 감정이 크게 드러날 때면 당황스럽다. 평소에는 다정하고 밝은 그녀가 그럴 때면, 나는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된다. ‘내가 과연 이런 부분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다시 고개를 든다.
연애 초반, 나는 내 소비 습관에 대해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 돈을 내가 쓰는 것인데, 그것까지 간섭을 받아야 하나 싶었다. 특히 내가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는 교육비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불편함은 더 컸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다툼으로 번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 한켠에서는 ‘굳이?’라는 생각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나 역시 여자친구의 어떤 부분은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나에 대한 지적도 그저 넘겨버렸다. 그러나 가끔은 속으로 되뇐다.
“근데… 내가 과연 이걸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불만이 있어도 굳이 말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상대가 알면 좋고, 몰라도 상관없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다르다. 그녀는 내 이런 태도를 “회피”라고 표현한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욱했다. 회피라니? 나는 단지 필요 없는 충돌을 피하려는 것뿐인데….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나는 실제로 불편한 주제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답답한 사람일 것이다. 나의 침묵, 나의 회피가 그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계는 결국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점점 나는 여자친구의 기분을 살피게 되었다.
혹시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이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혹은 기분을 망치지는 않을까. 나는 눈치를 보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도 이런 상황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눈치 보지 않고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다투더라도 내 기분과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 감당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결혼이라는 선택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나는 어제도 솔직한 마음을 꺼내지 못했다. 그저 “조금 돈을 모으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나는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소중하다. 그녀와 함께한 지난 2년은 단순한 연애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즐거운 시간, 배움의 순간, 그리고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계기였다. 분명 결혼까지 이어갈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늘 나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의 내가, 과연 준비가 된 걸까?”
결혼은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감당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다. 솔직하게 말하고, 때로는 충돌하더라도 대화하며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아직 그 부분에서 부족하다. 회피하는 습관은 나의 오래된 성향이고, 그것이 결혼 생활에서는 큰 벽이 될 수도 있다.
여자친구는 명확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반면 나는 불편한 주제를 피해가려 하고, 웬만하면 드러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의 차이는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결혼은 바로 이 차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가끔은 두려움이 앞선다.
내가 과연 그녀의 감정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또 반대로, 그녀는 나의 답답함을 끝까지 견딜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이 고민 자체가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고민 없이 결혼을 결정하는 것보다, 수없이 질문하고 돌아보는 과정이 결국 우리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결혼을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조금 더 만나보며, 조금 더 솔직하게 부딪히며, 서로가 진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준비이고, 우리가 함께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믿는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지, 내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누군가의 눈에는 이것이 쓸데없는 고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이것은 어쩌면 내 삶을 지탱하기 위한, 그리고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언젠가, 내가 눈치 보지 않고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때가 비로소 결혼을 이야기해도 좋을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이 말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할지 참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 라는 그 애매함으로 또 얼버무려보려는것은 아닐까 싶다. 이렇게 그냥 기다리게 하는것보다 어떻게든 이 말을 전해서 관계를 이어나갈것인지 말것인지 고민하는과정또한 중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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